치마 주름은 왜 이렇게 많을까요? 좁은 옷감을 이어 붙인 '폭'과 풍성함을 만드는 '주름'의 원리
한복 치마의 폭과 주름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옷감 너비가 좁던 시절 여러 폭을 잇게 된 유래, 6폭·8폭·12폭이 어떻게 다른지, 주름이 많을수록 실루엣과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풀치마·통치마·스란치마·무지기치마 등 종류별 주름 구성, 입고 보관할 때 주름을 살리는 요령과 자주 묻는 질문까지 정리합니다.
한복칼럼발행 · 2026년 9월 14일
핵심 요약
한복 치마의 '폭'은 옷감 한 장의 너비 단위이고, '주름'은 그 폭들을 허리말기에 잡아 넣으며 생기는 접힘입니다. 전통 직물인 명주·모시는 한 폭이 30~40cm 안팎으로 좁았기 때문에 여러 폭을 이어야 치마 둘레가 나왔고, 넉넉한 둘레를 허리 치수에 맞추려면 자연스럽게 많은 주름이 필요했습니다. 주름이 많을수록 치마는 아래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실루엣이 되고, 걷기·앉기·절하기 같은 동작에서 옷감이 당기지 않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저고리는 짧아지고 치마는 부풀리는 '하후상박' 미감이 자리 잡으면서 폭과 주름은 예복일수록 더 많아졌습니다. 오늘날에도 예복 치마는 폭이 많고 주름이 촘촘하며, 생활한복은 폭을 줄여 활동성을 높이는 식으로 같은 원리가 이어집니다.
📌 참고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복식 자료 · 국립고궁박물관 궁중복식 해설 · 한복진흥센터(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허리말기 아래로 잡힌 주름은 아래로 갈수록 넓게 퍼져 폭이 많을수록 치마 둘레가 커집니다.
01치마의 폭과 주름이란?
폭은 옷감을 세는 단위이자 치마를 이루는 천 한 장의 너비를 말합니다. 직물은 베틀의 너비만큼만 짜이므로 한 필의 폭이 정해져 있고, 명주(누에고치 실로 짠 비단)나 모시(모시풀 껍질 실로 짠 여름 옷감)는 그 너비가 30~40cm 안팎으로 좁았습니다. 그래서 치마 한 벌을 만들려면 여러 폭을 세로로 이어 붙여야 했고, 이어 붙인 폭의 수가 곧 치마의 둘레를 결정했습니다.
주름은 이렇게 넓어진 치마 둘레를 허리 치수에 맞추기 위해 위쪽을 접어 허리말기(치마 위에 덧대는 띠 모양의 허리 부분)에 고정하면서 생기는 접힘입니다. 폭이 많아 둘레가 클수록 허리에서 줄여야 할 양이 많아지므로 주름도 촘촘해집니다. 즉 주름이 많은 것은 장식이 먼저가 아니라, 좁은 옷감을 이어 만든 넓은 치마를 몸에 맞추는 과정에서 생긴 구조적인 결과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것이 서양식 플리츠 스커트의 주름입니다. 플리츠는 치마 길이 전체에 다림질로 고정한 접힘이 있어 아래까지 선이 유지되지만, 한복 치마의 주름은 허리말기에서만 잡히고 아래로 갈수록 풀어져 흘러내립니다. 그래서 한복 치마는 서 있을 때는 넓게 퍼지고, 걸을 때는 부드럽게 흔들리는 특유의 곡선이 나옵니다. 또 '단'은 치마 아랫부분(도련) 처리를 뜻하는 말로 폭·주름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이런 점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폭 수는 치마 둘레를, 주름 수는 그 둘레를 허리에 맞춘 정도를 나타내므로 둘은 항상 함께 커집니다.
예복용 치마는 보통 폭이 많고 주름이 촘촘하며, 생활한복은 폭을 줄여 가볍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름 방향은 한쪽으로 가지런히 잡는 것이 보통이며, 방향이 뒤섞이면 입었을 때 매무새가 흐트러집니다.
같은 폭 수라도 소재가 빳빳한지 부드러운지에 따라 주름이 서는 느낌이 크게 달라집니다.
치마의 풍성함은 겉치마만이 아니라 속치마·무지기치마 같은 속옷이 받쳐 주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폭 수와 주름 간격은 시대·지역·용도에 따라 달라 온 것이므로 여기 적은 수치는 일반적인 참고 범위입니다.
02폭과 주름이 만들어지는 구조와 유래
치마 주름이 많은 이유는 재료·제작·미감·활동성이라는 네 가지 이유가 겹쳐 있습니다. 옷감이 좁아 폭을 잇게 되었고, 이은 폭을 허리에 맞추려 주름을 잡았으며, 그 결과 생긴 넓은 실루엣이 조선 후기 미감과 맞아떨어지면서 예복에서는 더 과감하게 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1
옷감의 너비가 폭을 정했습니다
전통 베틀로 짠 명주·모시·무명은 한 필의 폭이 좁아 한 장으로는 치마 둘레를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치마는 처음부터 여러 폭을 세로로 잇는 옷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폭을 이을 때 생기는 세로 솔기(봉제선)는 주름 안쪽에 숨겨져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폭이 곧 재료의 단위였기 때문에 '몇 폭 치마'라는 말이 치마의 크기와 격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허리말기에 주름을 잡아 둘레를 줄입니다
이어 붙인 폭의 전체 너비는 허리 치수보다 몇 배나 넓습니다. 이를 허리에 맞추기 위해 위쪽을 일정한 간격으로 접어 허리말기 안에 넣고 박습니다. 주름 간격은 보통 손가락 한 마디 안팎으로 잡으며, 예복은 더 촘촘하게, 일상복은 조금 성기게 잡는 것이 보통입니다. 주름을 잡은 뒤에는 허리말기에 긴 끈을 달아 가슴 위에서 묶어 고정합니다.
3
6폭·8폭·12폭, 폭 수가 격을 나타냅니다
일상 치마는 6폭 안팎, 나들이나 격식 있는 자리는 8폭, 궁중이나 혼례 예복은 12폭까지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폭이 많아질수록 옷감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가므로 폭 수는 곧 정성과 격식의 표시였습니다. 오늘날 기성 한복 치마는 옷감 폭이 넓어져 실제 봉제 폭 수는 줄었지만, '12폭 치마'처럼 둘레가 넉넉한 치마를 가리키는 말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4
하후상박, 아래를 부풀리는 미감
조선 후기로 갈수록 저고리는 짧고 몸에 붙게 변하고, 치마는 반대로 크게 부풀리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의 복식 해설에서도 이 시기 여성 복식의 특징으로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실루엣을 꼽습니다. 이 미감을 살리려면 폭과 주름을 늘려 치마 아랫부분이 종 모양으로 퍼지게 해야 했고, 주름은 그 형태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5
움직임을 위한 여유입니다
한복 생활에서는 바닥에 앉고,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고, 문턱을 넘는 동작이 잦았습니다. 주름이 적고 둘레가 좁은 치마는 이런 동작에서 옷감이 당기거나 벌어집니다. 주름으로 접어 둔 옷감은 동작할 때 펼쳐지는 여유분이 되어 치마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주름이 많을수록 앉았을 때 치맛자락이 둥글게 퍼져 다리를 가리는 효과도 커집니다.
6
속옷이 주름을 받쳐 줍니다
겉치마의 풍성함은 속치마와 무지기치마(길이가 다른 여러 층을 겹쳐 만든 속치마)가 안에서 받쳐 줄 때 완성됩니다. 속옷이 없으면 아무리 폭이 많아도 주름이 몸에 붙어 처집니다. 전통 복식에서는 속속곳·바지·단속곳·너른바지 위에 속치마를 겹쳐 입어 치마를 부풀렸고, 오늘날은 대개 속치마 한 겹이나 페티코트형 속치마로 같은 역할을 합니다.
7
주름 방향과 여밈이 매무새를 정합니다
전통 풀치마는 뒤가 트여 있어 몸에 두르고 한쪽으로 겹쳐 여밉니다. 이때 주름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잡혀 있어야 여민 자락이 매끈하게 떨어집니다. 주름이 잡힌 방향과 여미는 방향이 어긋나면 옆선이 불룩해지고 걸을 때 자락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치마를 지을 때 주름 방향을 먼저 정하고, 입을 때도 그 방향에 맞춰 두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폭 수에 따른 일반적인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둘레·주름 느낌
주로 쓰이는 자리
6폭 안팎
둘레가 적당하고 주름이 성겨 가볍게 떨어짐
일상복, 생활한복, 아동 한복
8폭 안팎
주름이 고르게 잡혀 서 있을 때 종 모양이 살아남
명절, 나들이, 사진 촬영, 손님 접대
10~12폭
주름이 촘촘하고 둘레가 커서 속치마와 함께 크게 부풀음
혼례·폐백, 회갑·칠순 등 예복
통치마(현대형)
폭 수가 적고 뒤를 박아 둘레가 고정됨
학생·직장 생활한복, 활동 위주 자리
같은 폭 수라도 소재와 계절에 따라 주름이 서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소재·계절
주름의 특징
참고할 점
명주·비단(봄·가을·겨울)
부드럽게 흘러내려 주름이 곡선으로 풀림
속치마로 받쳐야 풍성함이 유지됨
모시·삼베(여름)
빳빳해 주름이 각지게 서고 통기성이 좋음
구김이 잘 가므로 앉을 때 자락 정리 필요
양단·공단(예복)
두께와 광택이 있어 주름 하나하나가 또렷함
무거워 허리끈을 단단히 묶어야 처지지 않음
면·혼방(생활한복)
주름을 적게 잡아 가볍고 관리가 쉬움
세탁 후 주름 방향을 맞춰 말리는 것이 좋음
03주름 구성이 다른 치마의 종류와 변형
주름을 잡는 원리는 같지만, 치마의 형태와 용도에 따라 폭 수·주름 간격·트임 방식이 달라집니다. 전통 풀치마부터 현대 통치마까지 대표적인 종류를 보면 주름이 어떻게 변형되어 왔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좁은 폭을 세로로 잇고 위쪽만 접어 허리말기에 고정하기 때문에 주름은 허리에서 촘촘하고 아래로 갈수록 풀어집니다.
풀치마(전통형) 뒤가 트여 있어 몸에 두른 뒤 한쪽으로 겹쳐 여미는 치마입니다. 폭을 넉넉히 잇고 주름을 촘촘히 잡아 둘레가 크며, 여미는 양을 조절할 수 있어 체형에 맞추기 쉽습니다. 예복과 격식 있는 자리에 주로 쓰이며 속치마를 받쳐 입는 것이 보통입니다.
통치마(현대형) 뒤 트임을 박아 원통으로 만든 치마로, 20세기 초 개량 과정에서 널리 퍼졌습니다. 폭 수를 줄이고 주름을 성기게 잡거나 어깨끈을 달아 입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활동성이 좋아 학생복·생활한복에 많이 쓰이며 풍성함은 풀치마보다 덜합니다.
스란치마·대란치마 치마 아랫부분에 금박이나 직금(금실로 짠 무늬) 단을 두른 궁중·예복 치마입니다. 단이 한 줄이면 스란치마, 두 줄이면 대란치마로 부릅니다. 폭이 많고 주름이 촘촘해야 단의 무늬가 넓게 펼쳐지므로 12폭 안팎의 넉넉한 구성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무지기치마와 속치마 길이가 다른 여러 층을 한 허리에 단 속치마로, 층마다 색을 달리해 겉치마 아래로 은은하게 비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겉치마 주름이 몸에 붙지 않고 부풀도록 받치는 역할이며, 오늘날은 한 겹 속치마나 망사 속치마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생활한복 주름치마 폭을 4~6폭 정도로 줄이고 주름 간격을 넓혀 가볍게 만든 현대형입니다. 면·린넨·혼방 소재를 써 세탁이 쉽고, 허리를 고무단이나 단추로 처리한 것도 많습니다. 전통 실루엣보다는 활동성과 관리 편의를 우선한 구성입니다.
아동 한복 치마 아이는 키에 비해 허리가 짧고 활동량이 많아 폭을 줄이고 주름을 성기게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돌복이나 명절 한복은 어깨끈을 달아 흘러내리지 않게 하고, 길이는 발목 위로 짧게 해 넘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색동 배색은 저고리에 두고 치마는 단색이 많습니다.
참고 · 폭 수와 주름 간격은 옷을 짓는 사람과 지역에 따라 달라 왔으며, 오늘날 기성품은 옷감 폭이 넓어 실제 봉제 폭 수와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태와 둘레를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